버즈워드 토픽
2019. 9. 26. 제 296-3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위기와 기회를 맞은 기업들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핵심적인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에 대해 2018년 10월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원고 승소 판결을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일본 정부의 경제 제재 공표 이후 이에 대한 경제적 보복으로 소셜미디어와 뉴스기사를 통해 일본제품 불매목록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7월 초부터 클리앙과 보배드림과 같은 대형 커뮤니티의 유저를 통해 불매 목록과 로고, 불매 목록 사이트 등이 만들어졌고 불매 정보는 다른 커뮤니티와 개인 채널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시민단체의 주도가 아닌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형태로 불매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슈가 점화된 7월 첫째주부터 9월 둘째주까지 총 11주간 소셜미디어에서는 총 882,388건의 불매 관련 게시글이 작성되었으며,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포털뉴스 댓글, 온라인 기사 수까지 합산하면 100만 건 이상의 콘텐츠가 생성됐습니다. 불매 관련 게시글 수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 전인 7월 넷째주 가장 정점을 찍었고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현재는 주간 약 1만 8천 건 안팎의 게시글 수가 확인되면서 이슈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매 콘텐츠가 확산된 주요 채널은 이슈 민감도가 높은 트위터가 76%의 채널 점유율을 보였으며, 포털뉴스의 기사 댓글(11.5%)을 통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나왔습니다. 채널 점유율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불매 로고 및 정보를 1차적으로 생산하고 확산한 클리앙과 보배드림, 국내 최대 일본여행 커뮤니티인 네일동의 임시 휴면 선언 등 대형 커뮤니티의 활약과 영향력이 돋보였습니다.
이번 불매운동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팔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입니다. 기존의 불매운동이 특정 상품을 사지 않는데 초점(不買)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에 촉발된 불매운동은 소상공인과 대형 유통사들이 일본산 제품 판매를 거부하는 ‘불매(不賣)’의 의미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불매 품목은 ‘여행’입니다.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인증을 하는 게시글이 늘어났고 여행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올해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전년 동월 대비 48% 감소했고, 한국인 여행객 의존도가 높은 쓰시마 등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품목은 ‘맥주’입니다. 수입맥주 매출순위 상위를 다투던 일본맥주 브랜드에 대한 불매가 시작되면서 유통가에서는 일본제품을 진열대에서 볼 수 없거나 눈에 띄지 않는 하단에 진열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필기구’가 불매 운동 품목 4위에 랭크된 점입니다. 일제 필기구는 감도가 부드럽고 얇고 고른 필기가 가능해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10ㆍ20대들은 보이콧이 시작되자 인기 일제 필기구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들을 사용해 보고 비교하는 리뷰 콘텐츠를 생산하여 개인 채널을 통해 확산시켰습니다. 불매 품목은 소비재뿐만 아니라 영화 등 콘텐츠 소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처럼 과거 인기 있었던 일본 브랜드에 대해 불매 운동을 시작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브랜드 정보를 공유하거나 ‘노노재팬(nonojapan.com)’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불매 브랜드는 일본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지분 관계나 로열티 지불, 생산공장 등을 파악하여 일본과 관련이 높은 브랜드나 제품이면 보이콧을 합니다. 롯데나 쿠팡이 불매 브랜드로 언급된 이유입니다.

이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브랜드는 유니클로입니다. 그간 여러 차례 우익 기업 논란이 있었던 데 더해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유니클로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더욱 격해져 유니클로 매장은 구매자를 감시하는 ‘유파라치(유니클로 파파라치)’만 지키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국내 주요 카드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불매운동 직전인 6월 마지막주 대비 불매운동이 정점이던 7월 넷째주 유니클로 카드 결제액은 7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니클로의 대체 브랜드로는 탑텐, 스파오 등 국내 SPA 브랜드가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자주(JAJU)의 경우 유니클로 언더웨어 제품을 대체할 브랜드로 언급이 되었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주로 국내 로드샵 브랜드가 대체제로 언급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색조에 강한 클리오(CLIO),에뛰드하우스, 에스쁘아 미샤 등이 많이 추천되었습니다. 맥주도 마찬가지로 국내 브랜드인 하이트, 카스, 테라가, 필기구는 모리스, 모나미, 동아 브랜드의 가장 흡사한 특징을 가진 제품을 대체제로 추천했습니다.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일본 브랜드 대체 브랜드로 국내 브랜드를 추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유니클로와 DHC는 일본 본사와 자체 방송 콘텐츠에서의 한국 비하 발언으로 한국 시장에서 더 큰 뭇매를 맞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한국 본사에서 사과문을 올렸으나 일본 본사와 손발이 맞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이슈소강기에 접어들긴 했으나 9월 둘째주 불매운동 버즈량이 다시 상승한 것을 보면 일부 커뮤니티와 적극적인 보이콧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불매운동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하절기 매출 급락과 소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 브랜드들은 F/W 시즌을 맞아 분위기를 쇄신시키고자 고삐를 다잡고 있습니다. 국내 브랜드들도 일시적 반사이익을 누렸던 것에 그치지 않고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질적 성장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입니다. 각 기업들이 위기와 기회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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